홍분


홍 분

 

쑤퉁, 타고난 이야기꾼의 세 편의 진실

살아있어 아프지만 살아있어 아름다운.

 

 

・지은이 : 쑤퉁(蘇童)

・원  제 : 紅粉

・옮긴이 : 전수정

・분  류 : 소설

・규  격 : 사륙변형판(123*188) 양장본

・면  수 : 320

・가  격 : 9,800

 

 

중국이 낳은 세계적인 이야기꾼, 쑤퉁

그가 말하는 여자의 일생


  쑤퉁. 『쌀』과 『나, 제왕의 생애』의 작가이자, ‘중국 문단의 선봉장’이라 불리는 세계적인 중국 작가의 책이 또 한 권 국내에 소개된다. 쑤퉁은 연이은 대표작 출간을 통해 한국 내 중국 문학 바람을 주도하고 있는 작가다. 이번에 출간된 『홍분』은 그의 대표작 중 여성의 삶을 다룬 중편 세 편을 엮은 것이다.


  입에 풀칠이라도 하려고 도시로 온 시골 청년이 서서히 악마로 변해가는 과정을 그린 『쌀』, 권력놀음의 희생양으로 왕이 되었으나 광대가 된 후에야 행복을 맛보는 왕의 일대기를 담은 『나, 제왕의 생애』, 이혼조차 마음대로 하지 못하는 소시민의 이야기 『이혼 지침서』등 나약하고 힘없는 개인들의 운명을 담아냈던 쑤퉁이 이번에는 여자들의 인생에 대해 말했다. 거친 세상과 운명 앞에 한없이 작은 존재인 인간들의 이야기를 유려한 서사로 풀어냈던 작가가 가장 약하고 여린 존재인 여성들의 삶을 다룬 것이다.

  쑤퉁은 중국 내에서는 ‘여성 소설의 대표 작가’라고 일컬어지기도 한다. 그것은 도도한 여학생이 중늙은이의 첩이 된 후 점차 자아를 잃어버리는 과정을 담은 「처첩성군(妻妾成群)(『이혼 지침서』에 수록)이 장이모우 감독의 <홍등>으로 영화화되어 유명세를 탄 덕분이기도 하지만, 실제로 그의 작품 중에는 여성을 주인공으로 한 소설이 많기 때문이다. 게다가 『쌀』의 쯔윈과 치윈, 『나, 제왕의 생애』의 황보부인 등 그의 대표작들 대부분에서 여성이 중심 역할을 한다. 그 결과 그는 ‘여자들보다 여자들의 심리를 더 잘 아는 작가’라고 평가되고 있다.

  

  눈물 젖은 꿈 위로, 쉼 없이 흘러가는 그녀들의 이야기

  이 책에는 1930년대에서 1980년대 후반에 이르기까지의 중국의 혼란스러운 시대상과 여성 三代의 삶을 담은 「부녀 생활(婦女生活)」, 인민 해방을 맞아 급변하는 세상 속에서도 여전히 눈물을 안고 살아가야 했던 기녀들의 이야기 「홍분(紅粉)」, 어느 조그만 마을의 간장 가게에서 벌어지는 사건들과 그곳의 일상을 슬프고도 우습게 그린 「또 다른 부녀 생활(另一種婦女生活)」이 수록되어 있다. 그 중 「부녀 생활」은 장쯔이 주연의 <재스민 꽃이 피다>로 영화화된 바 있고, 「홍분」은 세계적인 여성 감독 리샤오홍에 의해 <홍분>으로 제작되어 베를린 영화제 은곰상을 수상했다.

  각기 다른 시기를 배경으로 한 세 편의 이야기는 역사의 지층에 묻혀 있던 여성들의 삶을 생생하게 재현하고 있다. 작품 속에는 여자들의 삶을 못 이해하고 답답하게만 여기는 사내들이 나오고, 뜻대로 풀리는 일이 없는 것이 일상인 여인들이 등장한다. 그리고 결코 호의적이지 않은 운명을 극복하지도 포기하지도 못한 채 덧없는 세월만 흘려보내는 이 여인들의 이야기는, 여성의 문제로만 머물지 않고 인간 삶의 아이러니에 대한 성찰로 이어진다.

  어느 날 영화사 사장의 눈에 띄어 영화배우가 되지만 사장의 총애를 잃자마자 꿈도 잃게 되는 씨엔, 열여섯 나이에 기생이 된 후 비구니로, 다시 곱사등이의 아내로 변모하며 기구한 일생을 사는 치우이, 젊어서는 남자를 두려워하지만 늙어서는 남자의 사랑을 받지 못할까 봐 괴로워하는 샤오펀 등 작중 인물들은 여자로 산다는 것의 고통스러움과 삶의 모순을 보여주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들은 맑고 투명한 감수성과 서정적인 문체로 이루어져 있다.  개성 넘치는 인물, 살아 숨쉬는 문체, 맑은 색채와 아름다운 이미지들로 자아낸 이야기들에는 여성들의 진실한 삶이 담겨 있다. 부드러우면서도 단호하고, 나약하지만 고집스러운 이 여인들의 삶에는 여성들만이 느끼고 감수해야 했던 생의 진실이 담겨 있는 것이다. 아픔과 기쁨, 행복과 불운이 쉴새없이 갈마드는 삶. 그것은 가혹하지만 아름다운 진실이며, 현대와 과거의 여성들이 공유하는 숙명이다.

  하지만 그들의 삶은 서로 너무 다르기도 하다. 자신의 인생이든 몸이든 뭐든지 ‘될 대로 되게’ 두는 엄마, 그 엄마와 남편의 관계를 의심하다 우울증에 걸리는 딸, 살기 위해 트럭에서 뛰어내리는 기녀, 사치와 허영심 때문에 남편을 잃는 여인, 예의와 범절을 목숨처럼 여기는 간장 가게 2층의 자매와 한바탕 소동 없이는 심심해서 못 견디는 아래층의 여직원들 등은 저마다 다른 환경과 직업, 성격을 지닌 여성들을 대표한다. 이는 남녀의 차이보다 개인의 차이가 클 수 있고, 남녀간의 대립보다 개인간의 대립이 첨예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들은 모두 사랑 때문에, 돈 때문에, 그리고 거스를 수 없는 운명 때문에 울고 웃을 수밖에 없는 존재들이다.


  이 책에는 ‘사는 것이 죽는 것보다 힘들며, 우리는 우리에게 놓인 운명을 어떻게든 견디어내야 한다’는 인생관이 흐르고 있다. 또한 쑤퉁은 아름다운 인생이란 ‘불과 물, 독과 꿀처럼 서로 어울리지 못하는 것들이 어우러진 무엇’이라고 말한 바 있다.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절절하고도 해학적인 여성들의 삶을 엿보게 될 것이며, 울다가 웃고, 웃다가 다시 울게 되는 삶의 묘미에 감동할 것이다. 그리고 그 눈물로 씻겨진 세상이 한결 더 맑고, 한층 더 신비롭게 다가오는 것을 피부로 느낄 것이다.

  


■ 저 ․ 역자 소개


  지은이 | 쑤퉁(蘇童)

  1963년에 중국에서 태어나 1984년 베이징사범대학교 중문과를 졸업했다. 1983년 단편「여덟 번째 동상」으로 등단한 후, 중국 현대 문단에 뚜렷한 족적을 남겼다.

  현재 중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작가로 평가받고 있는 그는, 평단의 인정과 대중들의 사랑을 모두 받고 있다. 장쑤문학예술상, 충칭문학상, 소설월보 백화상, 상하이문학상, 타이완연합보 대륙단편소설추천상 등 다수의 문학상을 수상했으며, 그의 작품들은 중국과 홍콩, 대만뿐 아니라 미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스웨덴, 네덜란드, 덴마크 등에도 번역, 출판되었다. 또한 홍콩의 ≪아주주간≫이 ‘20세기 중국 문학 베스트 100’을 발표했을 때는, 그의 중편 「처첩성군」이 31위에 선정되어 76위의『사람아 아, 사람아』(다이허우잉 지음), 96위의『살아간다는 것』(위화 지음) 등과 함께 이름을 빛냈다.

  개성 있는 캐릭터, 생동감 넘치는 묘사, 강렬하고 아름다운 이미지로 가득한 그의 작품들은 영화로도 여러 번 제작되었다. 장이모우가 감독하고 공리가 출연해 세계적으로 유명세를 탄 <홍등>은 「처첩성군」을, 베를린 영화제 은곰상 수상작인 <홍분>은 「홍분」을, 장쯔이가 주연을 맡았던 <재스민 꽃이 피다>는 「부녀 생활」을 극화한 것이다. 또한 쑤퉁은 전세계 33개국이 참여하는 <세계신화총서>에 중국 대표작가로 선정되기도 했다.

  우리나라에 출간된 쑤퉁의 대표작으로는 『이혼 지침서』 『쌀』 『나, 제왕의 생애』, 『눈물』(전2권) 『홍분』이 있다.


  옮긴이 | 전수정

  인하대학교에서 일본어를 공부하였고, 중국 북경어언문화대학 대학원에서 현대 중국어를 공부하였으며, 현재 유한대학에서 중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차오원쉬엔의 『빨간 기와』, 『상상의 초가 교실』, 『꿈의 무늬』, 『청동 해바라기』, 장자화의 『내 사랑, 파란 나무숲』, 인문서 『천규』와 『우리 집은 어디인가』등을 우리말로 옮겼고, 저서로는 『왕쉬운 중국어』, 『월드 손님맞이 중국어 표현』이 있다.



■ 옮긴이 후기 중에서


  쑤퉁의 다른 대표작들인『쌀』의 우룽이나『나, 제왕의 생애』의 단백 역시 꿈꾸는 나약한 개인에 불과하지만, 그들에게는 불가피하게 주어진 폭력이라는 수단이 있다. 즉 그들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갖게 된 권력에 의해 점점 인간성을 잃고 필연적으로 메말라간다. 그러나 이 책에 실린 작품들의 여주인공들은 휘두를 만한 힘도 없지만, 그럴 의도로부터도 문화적 ․ 사회적으로 배제되어 있는 천생의 약자들이다. 바로 여기서 강함과 아름다움이 양립하기 힘들다는, 오래된 아이러니가 성립한다. 이들은 스스로의 폭력에 일그러지지 않은 만큼 진실된 일면을 간직하고 살아간다. 나약하고 편협하며 어리석은 인물들의 삶에 깃든 서정적인 묘사는 진실의 이러한 또 다른 국면, 강자는 모르지만 약자는 아는 삶의 크고 작은 굽이들에서 비롯하는 것이다. 작품 속 여인들은 자신에게 결코 우호적이지 않은 현실에 처음부터 반감을 품고 있지만, 결국 그것을 극복하지도 포기하지도 못한 채 살아가고 또 살아간다. 그리고 바로 거기서 아름다움이 날갯짓을 시작한다. 아름다운 인생이란 슬픔과 기쁨, 괴로움과 즐거움이 한데 어우러진 그 무엇이라는 작가의 말처럼.

by 아고라 | 2007/10/26 10:29 | 아고라 책 |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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